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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제 앞에 선 교황무류설
    신앙/신학 이야기 2026. 6. 3. 21:25

    교황무류설의 역사적 검증 가능성에 대한 비판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를 중심으로

     

    초록

    이번 포스팅은 가톨릭 교황무류설이 역사 속에서 실제로 검증 가능한 도덕적 안전장치였는지를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의 사례를 통해 검토한다. 참고로 이것은 내가 처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사실상, 얼마 전에 포스팅한 것이 바로 가톨릭 대학교 중 전세계 QS 랭크 2위인 KU Leuven의 신학부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자.) 그리고 이번 포스팅은 그를 바탕으로 교황무류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https://christianprince.tistory.com/270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노예제를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극악한 범죄로 규정했고, Nostra aetate는 유대인에 대한 집단적 책임 전가와 반유대주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 입장에 도달하기까지 교도권은 오랜 기간 노예제의 일부 형태를 정당화하거나 묵인했고, 기독교 문화권 내부의 반유대주의에 충분히 저항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포스팅은 이러한 역사적 지체가 교황무류설의 실제 작동 가능성에 어떤 신학적 의문을 제기하는지 분석하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신부님들이 강의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나는 흥미롭게 들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이런 게 아니겠는가.) 이럴 거면 교황무류설이 틀린 거 아니냐는 게 그 혼란의 주된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답은 각자 내리는 것으로 마쳤다. 중요한 가르침은, 학자란 (실제로는 근거가 부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설교하던 것처럼 그냥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위에서 가르친다고 무지성으로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으로 생각을 하라는 거였다. 이번 포스팅은 신부님들이 혼란에 빠졌던 그 이유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서론

    교황무류설은 제1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 교회의 핵심 교리로 자리 잡았다. 이 교리는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교회 전체가 믿어야 할 신앙과 도덕에 관해 최종적으로 선언할 때 오류가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교리가 실제 역사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가 걸린 중대 사안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기준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는 단순한 주변적 실수가 아니라, 수세기 동안 교회 권위가 사회적 폭력과 배제의 구조에 깊이 연루된 사례들이다. 따라서 이 두 사례는 교황무류설을 직접적으로 “논리 반증”한다기보다, 그 교리가 주장하는 도덕적 보호 기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신뢰 가능한가를 검증하는 장으로 적합하다.

    교황무류성(敎皇無謬性, 영어: Papal infallibility)은 교황이 전 기독교의 우두머리로서 신앙이나 도덕에 관하여 교황좌에서 장엄하게 결정을 내릴 경우(ex cathedra), 그 결정은 성령의 특은으로 보증되기 때문에 결단코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교리이다. 베드로에게 한 예수의 약속 덕분에, 교황이 그의 최고 권위에 호소할 때 "처음 사도 교회에 주어지고 성경과 전통에 전해지는" 교리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으로부터 보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략] …

    교황 무류성이라고 해서 결코 교황의 모든 발언이 그릇됨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교황이 신앙과 윤리와 관련된 문제에 한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물려받은 전승을 충실히 고수하여 교황좌에서 엄숙하게 확정적 행위로 선언할 때에만 무류성이 성립한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5%90%ED%99%A9_%EB%AC%B4%EB%A5%98%EC%84%B1

     


     

    2. 교황무류설의 범위와 한계

    가톨릭은 무류성을 매우 좁게 정의한다. 즉, 모든 교황 발언이 무류한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교도권 선언만이 무류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노예제 관련 칙서나 교회 실천, 또는 유대인에 대한 역사적 처사는 “무류 선언이 아니었다”는 방식으로 방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어는 형식 논리에는 유리하지만,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설명력은 약하다. 교황청의 문서와 관행은 단지 의견이 아니라, 제국과 신자들의 양심을 실제로 규율하는 권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식상 무류가 아니었다”는 설명은 교도권의 실질적 책임을 면제하지 못한다.
     


     

    3. 노예제와 교도권

    노예제 문제에서 교도권의 문제는 특히 분명하다. 15세기 교황 칙서들은 비기독교인을 정복하고 노예화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제공했고, 이것은 식민 팽창과 노예무역의 종교적 정당화에 활용되었다. 최근 교황 레오 14세는 이 역사에 대해 교회가 “노예제를 사실상 용인”했고, 그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Gaudium et spes 27항은 노예제를 인간 존엄을 모욕하는 극악한 범죄로 규정하며, 노예제와 매춘, 여성과 아동의 매매를 함께 비판했다. 또한 29항은 어떤 형태의 노예제도, 사회적·정치적 노예제도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변화는 분명 중요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질문이 생긴다. 그렇게 중대한 도덕 문제를 왜 수세기 동안 명확히 규탄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은 교황무류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교회가 오늘은 노예제를 절대 악으로 말하면서도 과거에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무류성은 실제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만 유지된 셈이 된다.



    4. 유대인 박해와 교회의 책임

    유대인 박해는 노예제보다 더 길고 복합적인 역사적 범위를 가진다. 중세 기독교 세계는 유대인에 대한 신학적 적대, 사회적 배제, 강제 개종 압력, 폭력과 추방의 구조를 반복해 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Nostra aetate는 이 역사에 대한 방향 전환을 나타낸 문서로, 유대인 집단 전체를 그리스도 살해의 책임으로 묶는 전통적 언어를 거부하고 반유대주의를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Nostra aetate 40주년 서한에서 이 선언이 “과거의 편견, 오해, 무관심, 경멸과 적대의 언어를 극복하도록” 교회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 표현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교회의 전통이 단순히 “늘 옳았다”가 아니라, 실제로는 편견과 적대의 언어를 축적해 왔음을 사실상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대인 박해 사례는 교도권이 단지 노예제에서만 아니라,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장기적 차별에서도 뒤늦게 방향을 바꾸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는 교황무류설이 약속하는 도덕적 안정성과 역사적 실제 사이의 간극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5. 두 사례의 공통 구조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공통 구조를 가진다. 두 경우 모두 교회는 인간의 존엄을 직접 침해하는 사회 구조 앞에서 충분히 일찍, 충분히 분명하게 저항하지 못했다. 더 나아가 한동안은 침묵하거나, 묵인하거나, 간접적으로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공통 구조는 교황무류설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1. 도덕적 진리가 무류하게 보장된다면 왜 교회는 노예제와 반유대주의에서 수세기 동안 지체했는가.
    2. “무류”가 ex cathedra 선언에만 국한된다면, 교회의 실질 권위와 실제 역사의 실패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3. 교회가 뒤늦게 오늘의 기준으로 과거를 비판할 수 있다면, 그 과거에 행사한 권위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6. 개혁주의 비판의 핵심

    개혁주의 관점에서 핵심 비판은 단순하다. 교황무류설은 교회의 역사적 책임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실패가 드러날 때마다 “그건 무류가 아니었다”고 후퇴하는 방어막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는 그 방어막이 실제로 인간의 고통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또한 이러한 사례는 교회가 자신을 성령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는 사회적 권력과 문화적 편견에 쉽게 포획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무류설은 교회의 도덕적 신뢰성을 보증하기보다, 오히려 그 신뢰성이 역사 속에서 얼마나 자주 배반되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가 된다.
     


    7. 가톨릭의 반론과 그 한계

    가톨릭 측은 보통 다음과 같이 반론한다. 교황무류설은 교리 정의에 관한 좁은 제도이므로, 노예제나 유대인 박해 같은 역사적 실패는 교리상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적·정치적 오류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노예제와 반유대주의에 대한 오늘의 명확한 비판은 “교리의 발전”이며, 과거의 불완전한 이해가 점진적으로 정화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답변은 두 가지 문제를 남긴다. 첫째, 형식적으로는 방어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교도권의 권위가 장기간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둘째, “발전”이라는 말이 과거의 구체적 책임을 충분히 직면하지 못한 채 자기미화로 끝날 위험이 있다.

    *사실 내가 수업 때 신부님들과 이야기하면서는 이런 반론을 듣지 못했다. 교수님도 되도 않는 주장으로 과거 노예 제도를 승인하고 인정했던 교황의 오류를 "그건 무류가 아니었어"라고 쉽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자꾸 이상한 논리로 정신승리하지 말고, 사실은 사실 그대로 볼 줄 아는 게 역사학자의 자세라고 했다. 사실과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가 사실을 직시한 다음에야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사실은 자꾸 되도 않는 소리로 덮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말이다.

     



    8. 결론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는 교황무류설에 대한 강력한 비판 자료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무류설을 형식적으로 즉시 논파한다는 뜻이 아니라, 교황권이 주장하는 도덕적 보호가 역사 속에서 실제로 얼마나 신뢰 가능한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뜻이다.
     
    특히 두 사례는 교회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 앞에서 오랫동안 늦었고, 때로는 공모했고, 뒤늦게 사과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이 제시하는 최종 판단은 다음과 같다. 교황무류설은 역사적 도덕 실패를 막아 주는 실제적 장치가 아니었으며, 노예제와 유대인 박해는 그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물론 양심적이고 지성적인 가톨릭의 학자들은 이 문제를 간단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KU Leuven 같은 곳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에 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신중하게 각 문제를 나누고, 토론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개혁주의 목회자로서 얼마나 크게 감명을 받았는지 모른다.

     
     


     
     

    9. 현대 가톨릭의 반응

    현대 가톨릭의 반응이 매우 심상찮다. 아래 사진을 보자. (각 사진의 아래는 번역본도 있다.) 교황 레오는 역사적으로 처음 가톨릭이 노예제도 합법화에 이바지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가톨릭의 지성인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출처


    [1] Gaudium et spes https://www.vatican.va/archive/hist_councils/ii_vatican_council/documents/vat-ii_const_19651207_gaudium-et-spes_en.html
    [2] Nostra aetate https://www.vatican.va/archive/hist_councils/ii_vatican_council/documents/vat-ii_decl_19651028_nostra-aetate_en.html
    [3] Pope Leo Apologises For Catholic Church's Historic Role ... https://www.arise.tv/pope-leo-apologises-for-catholic-churchs-historic-role-in-slavery/
    [4] Expulsion of Jews from France https://www.britannica.com/topic/Nostra-aetate
    [5] 교황 “과거 교회가 노예제 사실상 용인…진심으로 용서 구해” - Daum https://v.daum.net/v/KhW9UzZvCR
    [6] 교황, '교회의 노예제 용인' 인정…"진심으로 용서 구해" https://www.yna.co.kr/view/AKR20260525060800109
    [7] Pope Leo XIV apologizes for Catholic Church's role in ... https://thegrio.com/2026/05/25/pope-leo-xiv-vatican-slavery-apology/
    [8] 1 Pope St. John Paul II, the Second Vatican Council, and ... https://angelicum.it/st-john-paul-ii-institute-of-culture/wp-content/uploads/2022/05/Cavadini-JP2-Lecture-2020-21.pdf
    [9] Gaudium et spes EN 19 https://www.clerus.org/bibliaclerusonline/en/eg1.htm
    [10] The Holy See https://www.vatican.va/content/benedict-xvi/en/letters/2005/documents/hf_ben-xvi_let_20051026_nostra-aetate.pdf
    [11] 1965 Pastoral Constitution Gaudium et Spes On the ... https://acmro.catholic.org.au/resources/church-documents-on-migration/church-documents-on-migrants-refugees/other-vatican-documents/406-pastoral-constitution-gaudium-et-spes/file
    [12] VATICAN II: GAUDIUM ET SPES: 50 YEARS LATER https://journals.usj.edu.mo/index.php/orientisaura/article/download/9/48/148
    [13] VATICAN II: Gaudium et Spes Pastoral Constitution on the ... https://www.youtube.com/watch?v=Y7m6gV0_iTc
    [14] The Eucharistic Vision of Vatican II: Gaudium et Spes https://blessedsacrament.com/wp-content/uploads/2022/12/EMMAN2015MAwholeSM.pdf
    [15] Nostra aetate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ostra_aetate
    [16] Pope Leo XIV makes historic apology for Catholic church's ... https://www.youtube.com/watch?v=xgZS7D7OE_U
    [17] Gaudium Et Spes (On the Church in the Modern World) https://diolc.org/wp-content/uploads/2020/01/Dcn-Training-Church-Doc-Summaries-20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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