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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더와 성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젠더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논문들 2024. 10. 3. 19:44

    이번에는 논문 “Evaluating Arguments for the Sex/Gender Distinction” (Tomas Bogardus 저자)에 대한 요약이다.

     


     

    서론

    성과 젠더의 구분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 중 하나로, 이는 학문적이고 대중적인 문화 모두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많은 철학자들은 ‘man’과 ‘woman’이라는 용어를 생물학적 성과 무관한 젠더 용어로 보고 있다. 그에 저자는 이 논문에서 성/젠더 구분에 대한 주요 주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해당 구분을 뒷받침하는 논증들이 실패했음을 주장한다.

     


     

    1. 전통적 남성과 여성의 정의

    전통적 정의는 남성과 여성을 성(생물학적 성)으로 규정한다. 여자는 성인 여성, 남자는 성인 남성으로 정의했다. 현대 페미니스트 철학에서는 생물학적 성과 젠더가 구별되며, 남성과 여성이 사회적 요소에 의해 정의된다고 주장한다.

     


     

    2. 생물학적 결정론에 저항하는 논증

    생물학적 결정론은 인간의 사회적, 심리적, 행동적 특성이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결정론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고정시키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성/젠더 구분을 통해 생물학적 성이 곧 젠더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이는 특히 “여성은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정치나 사회 활동에 덜 적합하다”는 주장에 반대하기 위한 중요한 논리였다.

     

    저자는 이러한 성/젠더 구분이 생물학적 결정론을 반박하는 데 실용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성/젠더 구분 자체의 진실성을 입증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즉, 이 구분이 실질적으로 유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주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정치적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차별을 일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차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3. 인터섹스와 모호성에 대한 논증

    인터섹스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성별 범주에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 생물학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XX 또는 XY 염색체, 성기, 2차 성징 등이 전통적인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통적인 성별 구분이 완전하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다. 즉, 남성 또는 여성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전통적 성별 구분이 오류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호성이 성별 구분 자체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개념은 원래 모호성을 포함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물학적 성별, 연령, 인간성 같은 개념들 모두 일정한 모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그 개념이 무효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인"이라는 말은 모호하지 않은가? 한국말을 못하지만 한국인 피가 흐르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못하지만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국인인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잘하지만 한국을 미워하면서 군대 때문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이민을 간 사람은 한국인인가? 그렇다면 한국인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에 한국인이라는 개념은 무효화되어야 하는가?

     


     

    4. 젠더의 규범성에 대한 논증

    젠더의 규범성이란 젠더가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에 기반하지 않고, 사회적 규범과 역할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을 포함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증은 젠더가 그 사람의 몸 상태나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와 규범이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는 단순히 생물학적 남성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성별에 부여된 사회적 규범에서 기인한다.

     

    저자는 생물학적 성별도 규범적 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생물학적 성별에 기반한 도덕적 기대나 규범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젠더와 생물학적 성을 구분하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남성도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규범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 안에 젠더 개념을 포함할 수 있기에 굳이 젠더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5. 사고 실험에 근거한 논증

    사고 실험에 근거한 논증은 성/젠더 구분을 지지하는 중요한 논거로 자주 사용된다. 이 논증은 사람들이 특정한 생물학적 성질(예: 염색체)이 다를 때도 젠더가 변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증의 핵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사고 실험의 내용

    사람이 자신의 생물학적 성(염색체 구조)이 예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사람의 젠더 정체성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신을 여성으로 알고 있었지만,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이는 그 사람의 젠더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고 실험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암시한다.

     

    염색체나 생물학적 성질이 젠더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

    젠더는 생물학적 성에 의해 고정되지 않고, 사회적 경험이나 자아 인식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형성된다는 주장.

     

    이 논증은, 생물학적 성과 젠더가 별개일 수 있다는 사고 실험을 통해 성/젠더 구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생물학적 성질만으로 젠더를 결정짓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독립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의해 정의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의 비판

    이러한 사고 실험에 대해 저자는 몇 가지 비판을 제시한다. 저자의 주요 비판은, 이 사고 실험이 성/젠더 구분의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사고 실험이 전통적인 성별 정의와도 부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비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전통적 성별 정의와 염색체: 사고 실험에서 XY 염색체를 가진 여성이라는 사례가 나오지만, 저자는 염색체만이 생물학적 성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성은 염색체뿐만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요소(호르몬, 성기, 2차 성징 등)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염색체 구조의 차이가 젠더 정체성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성별 정의 내에서도 설명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성별이 단순히 염색체 구조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염색체 구조만으로 그 사람의 성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생물학적 성과 젠더의 연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젠더와 생물학적 성의 연관성: 저자는 이러한 사고 실험이 성/젠더 구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물학적 성과 젠더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신이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정보는 그 사람의 젠더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고 받아들이거나, 그 생물학적 사실을 자신의 정체성에 반영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 실험이 오히려 생물학적 성과 젠더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봅니다. (즉, 굳이 젠더라는 개념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 생물학적 성에 대한 이해의 다양성: 생물학적 성은 단순히 염색체 구조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여러 생물학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고 실험에서 제시된 ‘염색체가 다르더라도 젠더는 변하지 않는다’는 논지는 이러한 생물학적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논리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염색체가 성별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로 간주되는 사고 실험은, 생물학적 성의 다층적인 구조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사고 실험이 성/젠더 구분을 입증하는 논증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정의하는 것이 불충분하며, 생물학적 성과 젠더는 여전히 서로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사고 실험이 오히려 전통적 성별 정의의 틀 안에서도 설명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으로 귀결된다.

     


     

    정리하며

    성과 젠더를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가? 저자는 성과 젠더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성과 젠더를 구분하기 위한 논증들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젠더 개념을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성과 젠더의 구분을 비판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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