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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어거스틴의 기독론: '페르소나' 개념의 발전과 적용책&논문 소개 2025. 12. 8. 16:57
이번 포스팅은 후베르투스 R. 드롭너(Hubertus R. Drobner)의 저술 "성 어거스틴 기독론의 개요"에서 발췌한 내용을 종합한 브리핑 자료이다. 핵심 주장은 어거스틴의 기독론 공식인 '그리스도 단일 인격'(Christus una persona)이 본래 문법적 주해(grammatical exegesis)에서 사용되던 '페르소나'(persona) 개념에서 직접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드롭너는 '페르소나'가 성서 본문에서 '화자' 또는 '주체'를 지칭하는 문법적 용어에서 출발하여, 점차 한 존재의 형이상학적 '정체성'과 '통일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전환되었음을 추적한다. 이 전환 과정은 설교 288, 삼위일체론, 엔키리디온, 막시미누스 반박론 등의 텍스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러한 개념적 발전은 411/12년경 서간 137에서 '그리스도 단일 인격'이라는 명시적 공식으로 처음 등장하며 정점에 달했다. 이후 이 공식은 어거스틴에게 있어 신성과 인성의 결합, 신적 속성과 인적 속성의 교환(communicatio idiomatum), 삼위일체론과의 관계 등 복잡한 기독론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마법 공식"과 같은 역할을 했다. 또한, 아리우스주의, 아폴리나리우스주의, 펠라기우스주의 등 당대의 여러 이단을 반박하는 핵심적인 신학적 도구가 되었다.제1부: '페르소나'의 의미 전환: 문법적 용어에서 정체성의 개념으로
어거스틴의 기독론을 이해하는 핵심은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어떻게 문법적 해석의 도구에서 형이상학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신학 용어로 발전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1. 설교 288 (Sermo 288, 401년)
이 설교에서 어거스틴은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를 '목소리'와 '말씀'의 관계로 비유하며 '페르소나' 개념의 전환을 시작한다.
- 문법적 비유: 요한은 '목소리'(voice)이고, 그리스도는 '말씀'(word)이다. 사람이 말을 할 때 마음속의 말씀(개념)이 목소리(표현)보다 앞서지만, 듣는 이에게는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말씀이 이해된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는 말씀으로서 요한보다 먼저 존재했지만, 사람들(청중)에게는 목소리인 요한이 먼저 나타났다.
- 정체성으로의 확장: 어거스틴은 요한이 "성사 안에서 목소리의 페르소나를 지녔다"(personam gerebat Ioannes vocis in sacramento)고 설명한다. 이는 요한이 단순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그 이전의 모든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목소리 자체'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personam gerere(페르소나를 지니다)는 단순한 역할 수행이 아닌 정체성의 동일시를 나타낸다.
- 기독론적 적용: 이 논리는 그리스도에게 확장되어, '목소리의 페르소나'인 요한과 '말씀의 페르소나'(persona Verbi)인 그리스도를 병치시킨다. 이 시점에서 '말씀의 페르소나'는 단순한 주해 용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학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된다.
2. 삼위일체론 12권 (De trinitate 12, 412년 이전)
이 텍스트는 '페르소나'가 문법적 의미에서 신학적 의미로 넘어가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 문법에서 신학으로: 어거스틴은 창세기 1장 26절의 "우리의 모습과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ad imaginem et similitudinem nostram)라는 구절을 분석한다. 그는 복수형인 '우리'(nostram)가 문법적으로 복수의 주체, 즉 복수의 '페르소나'를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문법적 페르소나를 곧바로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의 위격들"(persons of the Trinity)과 연결시킨다. 이는 문법적 용법이 신학적 개념으로 직접 이행되는 명백한 사례이다.
- 기독론적 통일성: 로마서 1장 3-4절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에 대한 여러 표현(다윗의 후손, 부활로 권능을 지닌 하나님의 아들 등)이 별개의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일한 인격"(unam eandemque personam)을 지칭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독론적 맥락에서 '페르소나'가 통일성과 정체성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엔키리디온 (Enchiridion, 421-423년)
이 저술에서 '페르소나'의 형이상학적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 어거스틴은 시편 2편 7절("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을 그리스도의 세례와 관련하여 설명하며, 이 말씀이 "이 사람이 독생자의 인격과 동일함을 보여주기 위함"(ad unigeniti personam pertinere monstraret)이라고 말한다.
- ad personam pertinere는 본래 문법적 주해에서 쓰이는 표현이지만, 여기서는 인간 예수와 하나님의 독생자 사이의 형이상학적 통일성을 표현하는 데 명백히 사용된다.
4. 막시미누스 반박론 (Contra Maximinum, 427/28년)
어거스틴 말년의 이 저술은 '페르소나'가 여전히 문법적, 형이상학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아리우스파와의 논쟁에서 시편 구절을 해석하며, 그는 먼저 "누가 말하는가?"(quis dicit?)라는 문법적 주해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그러나 그 답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아들의 인격"(persona Filii)과 "성부의 인격"(persona Patris)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그리스도의 두 본성(신성과 인성)이라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적용한다.
제2부: '그리스도 단일 인격'(Christus una persona) 공식의 적용
'페르소나' 개념이 정체성과 통일성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어거스틴은 이를 기독론의 핵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체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 서간 137 (Epistula 137, 411/12년)
이 서간은 어거스틴이 명시적으로 '단일 인격' 공식을 사용한 최초의 기록이다.
- 공식의 등장: 그는 그리스도가 "인격의 단일성 안에서 두 본성을 결합했다"(in unitate personae copulans utramque naturam)고 설명한다.
- 결합의 방식: 이 결합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비유로 사용한다(신플라톤주의자 포르피리오스에게서 차용한 것으로 추정).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하나의 인격을 이루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 초기 개념: 이 서간에서는 "혼합"(mixture)이나 신성이 인성을 "사용한다"(making use of)는 표현이 나타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일 인격'이라는 핵심 개념은 유지된다.
2. 설교 186 (Sermo 186, 411/12년)
'단일 인격' 공식이 다양한 기독론적 난제를 해결하는 "마법 공식"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핵심 구절: "동일한 분이 인간이신 하나님이시요, 하나님이신 동일한 분이 인간이시다. 이는 본성의 혼합이 아니라 인격의 단일성(non confusione naturae, sed unitate personae)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 이 공식을 통해 해결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 1. 그리스도의 이중 현존: 어떻게 성자가 성부와 함께 계시면서 동시에 지상에 거할 수 있는가? -> 단일 인격으로 해결.
- 2. 성육신의 방식: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것은 말씀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육신이 말씀에 결합된 것이다.
- 3. 영원성과 시간성: 어떻게 그리스도가 성부와 영원히 함께하는 아들이면서 동시에 시간 속에서 시작된 인간의 아들일 수 있는가? -> 두 본성이 한 인격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
- 4. 삼위일체의 보존: 그리스도의 인성이 삼위일체에 네 번째 위격으로 추가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성이 성자와 하나의 인격을 이루기 때문.
3. 아리우스파 설교 반박론 (Contra sermonem Arianorum)
이 저술에서는 '단일 인격' 개념이 그리스도의 의지와 속성의 교환(Communicatio Idiomatum) 문제를 설명하는 데 적용된다.
- 두 의지: 그리스도는 신성으로는 성부와 동일한 의지를 가지지만, 인간이자 중재자로서는 성부의 뜻에 순종하는 의지를 가진다. 이는 "이중적 실체이지만 단일 인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 속성의 교환: 인격의 단일성 때문에 한 본성(신성 또는 인성)의 속성을 다른 본성에게도 귀속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아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하거나 "영광의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4. 엔키리디온 (Enchiridion)
이 책은 '단일 인격' 기독론을 가장 간결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새로운 신학적 논쟁에 적용한다
- 체계적 설명: "그리스도 예수는 하나님이시며 인간이시다. ... 이성적 영혼과 육신이 말씀에 인격의 단일성 안에서(in unitatem personae) 결합되었기 때문에 인간이시다."라고 명확히 설명한다.
- 반(反)펠라기우스주의 논증: 그리스도의 인성이 신성과 결합된 것은 인간 예수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약 공로 때문이라면, 인간 예수가 먼저 존재하고 그 공로로 신성과 결합했어야 한다. 그러나 결합은 창조의 순간에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인간의 공로가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의 결과이다. 이는 모든 구원이 인간의 공로가 아닌 은총으로 이루어진다는 어거스틴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한다.
5. 인내의 선물에 관하여 (De dono perseverantiae)
이 저술은 '단일 인격' 공식이 당대의 주요 이단들을 반박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 '단일 인격' 개념은 두 개의 완전한 본성이 본성의 차원이 아닌 인격의 차원에서 진정으로 연합될 수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이단들을 논박한다.
- 마니교: 그리스도를 신으로만 봄.
- 포티누스주의: 그리스도를 인간으로만 봄.
- 아폴리나리우스주의: 그리스도에게 완전한 인간 본성(이성적 영혼)이 결여되었다고 봄.
- 아리우스주의 (암시적): 성자가 성부와 동등하지 않다고 봄 (어거스틴은 인격의 단일성을 통해 성자로서 동등하고, 인간으로서 순종함을 설명).
결론: '페르소나' 기독론의 중요성
어거스틴의 기독론은 문법적 주해에서 발견된 '페르소나' 개념을 형이상학적 원리로 발전시킨 독창적인 성과이다. '그리스도 단일 인격'이라는 공식은 그의 신학 체계에서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다.
- Verbum caro factum est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의 의미 해석
- 하나님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의 통일성
- 속성의 교환(Communicatio Idiomatum)의 신학적 근거
- 중재자 그리스도의 역할
- 성부와 성자의 관계
- 삼위일체에 네 번째 위격이 추가되지 않는 이유
어거스틴 자신도 이 개념이 미래 기독론의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임을 예감했으며, 이는 후대 신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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