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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총의 설교자 어거스틴
    책&논문 소개 2025. 12. 8. 08:57

    어거스틴의 은총론 - 펠라기우스 논쟁 이후에 나왔다고?

    좀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https://christianprince.tistory.com/156

    www.youtube.com

    이번 포스팅은 앤서니 듀퐁(Anthony Dupont)의 저서 『은총의 설교자, 어거스틴』(Anthony Dupont, Preacher of Grace)이라는 책에 나타난 핵심 통찰과 분석을 종합하고자 한다. 듀퐁의 연구는 히포의 어거스틴이 그의 반(反)펠라기우스주의 저술에서 체계적으로 다룬 '은총'(gratia) 교리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방대한 양의 대중 설교(sermones ad populum)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의 핵심 결론은 어거스틴의 은총론이 그의 설교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근본적이고 일관된 주제라는 것이다. 은총은 설교의 전례적 맥락과 논쟁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지만, 그 핵심—그리스도의 희생적 죽음을 통한 구원, 죄에 맞서는 신적 도움의 필연성, 인간 공로의 부정—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듀퐁은 논쟁적 설교(반도나투스주의, 반펠라기우스주의)와 목회적·전례적 설교(성탄절, 주현절, 부활절, 승천절, 성령 강림절 등)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론을 채택한다. 이 분석을 통해, 도나투스주의의 분열이나 펠라기우스주의의 자기 의(self-righteousness)와 같은 당대의 논쟁이 비논쟁적인 전례 설교에서 은총을 설명하는 방식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특히, 교회의 일치, 참된 순교, 죄와 죽음의 본질, 성사의 유효성 등 다양한 주제가 모두 은총의 개념을 통해 해설되고 있음을 밝힌다.


    1. 연구 개요

    연구 목적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은 어거스틴의 체계적인 은총론이 그의 논쟁 저술뿐만 아니라, 약 580편에 달하는 대중 설교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가 주로 반펠라기우스주의 저술에 집중했던 반면, 이 연구는 설교라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어거스틴 사상의 연속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론

    듀퐁은 두 가지 핵심 방법론을 병행한다.

    1. 주제별/내용 기반 연구: 특정 주제(예: 죄, 겸손, 성육신)가 다양한 설교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분석한다. 이를 위해 Corpus Augustinianum Gissense (CAG)와 Library of Latin Texts (LLT)와 같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2. 연대기적/맥락적 비교 연구: 설교가 이루어진 시기, 대상 청중, 그리고 도나투스주의나 펠라기우스주의와 같은 특정 논쟁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은총 개념의 표현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추적한다.

    2. 그리스도교 절기 설교에서의 은총

    어거스틴의 전례 설교는 특정 절기의 신학적 의미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과정에서 은총의 교리가 자연스럽게 설교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가. 성탄절 (Christmas)

    성탄절 설교에서 은총은 주로 그리스도의 성육신(incarnation), 겸손(humility), 그리고 두 가지 탄생(two births)이라는 주제를 통해 드러난다.

    • 성육신의 은총: 말씀이 육신이 된 사건 자체가 인간의 공로나 자격 때문이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임을 강조한다.
    • 겸손의 모범: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은 그리스도의 근본적인 겸손을 보여주며, 이는 인간이 교만을 버리고 따라야 할 모범으로 제시된다.
    • 두 가지 탄생: 성부로부터 영원히 나심(신성)과 성모 마리아로부터 시간 안에서 나심(인성)을 통해, 그리스도는 인류의 창조주이자 구원자임이 드러난다. 이 두 번째 탄생은 "은총의 씨앗이 뿌려진 것"으로 묘사된다.

    나. 주현절 (Epiphany)

    주현절 설교는 동방박사들을 이방인들의 첫 결실(primitiae gentium)로 해석하며, 이방인과 유대인의 통합이라는 주제를 통해 은총을 설명한다.

    • 믿음의 은총: 이방인들이 별을 보고 그리스도를 찾아온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믿음의 은총을 상징한다. 반면, 유대인들은 예언을 소유하고도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했다.
    •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그리스도는 병든 인류 전체를 치유하기 위해 오신 의사(medicus)이자 약(medicina)으로 묘사된다. 그의 희생은 구약의 제사를 완성하는 새로운 제사이며, 죄를 없애는 유일한 길이다.

    다. 부활절 (Easter Triduum)

    부활절 설교에서 은총은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선포된다. 핵심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인류 구원이다.

    • 대속적 죽음: 죄 없으신 그리스도가 죄인들을 위해 죽으심으로써 인간의 죄 값을 치르고 구원을 이루셨다. 그의 피는 죄의 빚 문서를 없애는 대가였다.
    • 성사(聖事)와 은총: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하여 죄의 용서를 받는 은총의 통로이며, 성찬은 이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어거스틴는 성찬의 빵과 포도주가 교회의 일치를 상징한다고 강조한다.
    • 지속적인 은총의 필요성: 세례 이후에도 인간은 육욕(concupiscentia carnis)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며,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하나님의 은총(도움)이 필요하다.

    라. 승천절 (Ascension)

    승천절 설교는 지상 사역을 마친 그리스도가 하늘로 올라가심으로써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하늘로부터 보호하신다는 구원론적 의미를 강조한다.

    • 구원과 보호: 그리스도의 승천은 그의 구원 사업의 완성이며, 그는 하늘에서 교회를 보호하고 인도하신다.
    • 마음을 드높이 (Sursum Cor): 승천은 신자들이 지상적인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천상적인 것을 추구하도록 하는 윤리적 요청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의 상승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하나님의 도우심, 즉 은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신앙의 요청: 승천하신 그리스도는 더 이상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마음의 눈, 즉 신앙으로 그를 바라봐야 함이 강조된다.

    3. 성령 강림절 설교에서의 은총

    성령 강림절 설교는 '교회의 일치'와 '율법과 은총의 관계'라는 두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주제들은 각각 반 도나투스주의 및 반 펠라기우스주의 논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가. 교회의 일치 (반 도나투스주의적 요소)

    • 성령과 일치: 성령은 오직 하나된 가톨릭 교회 안에서만 주어진다. 따라서 교회의 일치를 깨뜨린 도나투스주의자들과 같은 분열주의자들은 성령을 소유할 수 없다.
    • 모든 민족의 언어: 사도들이 모든 민족의 언어로 말하게 된 것은, 교회가 특정 지역(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보편적 공동체임을 상징한다. 이는 교회의 보편성을 부정한 도나투스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논거가 된다.

    나. 율법과 은총 (반펠라기우스주의적 요소)

    • '하나님의 손가락'(Digitus Dei): 어거스틴은 구약에서 십계명이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돌판에 새겨졌고(출애 31:18), 신약에서 성령이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불린 것(눅 11:20)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율법과 은총(성령)을 연결하면서도 대조한다.
    • 죽이는 문자와 살리는 영: 율법 자체는 선하지만, 성령의 은총 없이는 죄를 깨닫게 할 뿐 구원할 힘이 없는 '죽이는 문자'(littera occidens)에 불과하다. 오직 성령이 부어주시는 사랑(caritas)을 통해서만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이는 자신의 힘으로 율법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 펠라기우스주의의 자기 의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다. 마르틴 혼더르트(Martin Hoondert)의 평가에 대한 재고

    듀퐁은 혼더르트가 성령 강림절 설교를 반도나투스주의 그룹과 반펠라기우스주의 그룹으로 명확히 나눈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듀퐁은 교회의 일치와 율법-은총의 주제가 여러 설교에서 함께 나타나는 등, 두 논쟁의 요소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4. 순교자 및 논쟁 관련 설교에서의 은총

    가. 순교자 설교

    어거스틴은 순교자 기념일 설교를 통해 당대의 논쟁적 주제를 은총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 반 도나투스주의적 맥락: "참된 순교자를 만드는 것은 고통(poena)이 아니라 대의(causa)다." 이 구절을 통해, 교회의 일치를 깨뜨린 잘못된 대의를 위한 도나투스주의자들의 고난은 참된 순교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 반 펠라기우스주의적 맥락: 순교자들이 보여준 초인적인 인내와 용기는 그들 자신의 힘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성적 혐오를 강조하며, 죽음이 아담의 죄로 인한 형벌(poena)임을 역설한다. 이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려는 펠라기우스주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로 사용된다.

    나. 반도나투스주의 설교

    반도나투스주의 설교에서 은총은 교회의 본질 및 성사의 유효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 죄와 교회: 지상의 교회는 죄인과 의인이 섞여 있는 공동체(mixtum)이며, 다른 사람의 죄가 자신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교회의 거룩함은 구성원의 완벽함이 아닌, 그리스도의 은총에 기반한다.
    • 죄의 본질: 가장 큰 죄는 교회의 일치를 깨는 것이며, 이는 모든 죄의 근원인 교만(superbia)에서 비롯된다.
    • 성사론: 세례와 같은 성사의 효력은 인간 집전자의 성덕이 아닌, 오직 그리스도의 은총에서 나온다. 따라서 죄 많은 사제가 집전한 성사도 유효하다.

    5. 종합 결론

    앤서니 듀퐁의 연구는 어거스틴의 은총론이 그의 사상 체계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임을 설교 분석을 통해 입증한다.

    • 일관성: 은총 교리는 특정 논쟁의 산물이 아니라, 그의 초기 사상부터 일관되게 나타나는 중심축이다.
    • 적응성: 은총의 표현 방식은 성탄절, 부활절과 같은 전례적 맥락이나, 도나투스주의, 펠라기우스주의와 같은 논쟁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된다. 그러나 그 핵심 메시지(인간의 무력함과 신적 도움의 필연성)는 동일하다.
    • 연속성: 반 도나투스주의 논쟁에서 강조된 '교만'과 '교회 일치'의 문제는, 반 펠라기우스주의 논쟁에서 다루어진 '자기 의'와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대' 문제와 깊은 신학적 연속성을 가진다. 두 논쟁 모두에서 교만은 모든 죄의 근원으로 지목되며, 겸손을 통한 은총의 수용이 유일한 구원의 길로 제시된다.

    결론적으로, 어거스틴은 그의 설교를 통해 청중에게 복잡한 은총의 신비를 다양한 비유와 성경 해석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 '은총의 설교자'였음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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