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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거스틴의 사도 죄성 이해: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두 서신을 반박하며』 I, xi, 24 분석
    책&논문 소개 2025. 12. 7. 09:48

    이번 포스팅은 김장생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어거스틴의 저작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두 서신을 반박하며』 I, xi, 24에 나타난 사도의 죄성에 대한 이해를 분석한다. 핵심 쟁점은 어거스틴이 "사도들은 악한 정욕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기술한 부분이 그의 핵심 교리인 원죄론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이는 모순이 아니며 어거스틴이 '동의(consensio)'라는 개념을 이중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그는 '동의'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주체적·의식적 동의: 자유의지에 기반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선택.
    2. 비주체적·수동적 동의: 타락한 의지가 습관과 정욕에 지배되어 비자발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

    이러한 구분에 따라, 사도들은 '주체적·의식적 동의'를 통해 죄를 거부할 수 있었던 신앙의 모범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인간이기에 아담으로부터 유래한 원죄, 즉 '비주체적·수동적 동의'의 경향성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어거스틴은 사도의 도덕적 모범을 인정하면서도,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원죄의 영향 아래 있다는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1. 핵심 쟁점: 원죄론과의 명백한 모순

    어거스틴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원죄(peccatum originale) 교리는 모든 인간이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육체적 정욕을 따르는 본성적 죄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혼의 근원적인 정향성이 타락했음을 의미하며, 그는 "누구도 죄 없는 삶을 살 수 없다"고 단언하며 이 원칙에 예외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두 서신을 반박하며』 I, xi, 24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여 자신의 핵심 주장과 상치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우리는 사도들이 악한 정욕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말해야 한다. (dicimus a consensione prauarum libidinum liberos)"

    이 구절은 사도들이 원죄의 근원인 육체의 정욕으로부터 자유로워 원죄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모든 인간이 원죄 아래 있다는 어거스틴의 일관된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본 분석은 이 문제의 핵심이 '동의(consensio)'라는 용어의 해석에 있음을 밝힌다.

     

    2. '동의(Consensio)'의 이중적 의미 분석

    어거스틴은 '동의'라는 개념을 단일한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인간 의지의 상태에 따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2.1. 주체적·의식적 동의

    이는 인간 정신(mens)의 가장 고양된 활동으로, 외부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과 자유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동의를 의미한다.

    •  특징: 자유로운 선택 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의 산물이다.
    •  의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동의 능력을 인간의 가장 고귀한 속성이자 '신의 형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2.2. 비주체적·수동적 동의

    이는 자유의지의 타락과 왜곡에서 비롯되는 동의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의지의 타락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의지의 왜곡 (voluntas perversa): 자유의지의 잘못된 선택이 정욕(libido)을 불러일으킨다.
    2. 습관의 고착 (consuetudo): 반복된 잘못된 선택은 "죄의 습관적 어두움"이 되어 고착된다.
    3. 필연적 예속: 의지는 결국 자기 파괴적 선택에 길들여져 정욕의 포로가 되며, 자유를 상실하고 필연적으로 정욕을 따르게 된다.

    중요한 점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렇게 정욕에 정복된 상태에서의 행위조차도 여전히 의지의 작용을 포함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고백록』에서 "내가 무엇을 하려고 원하든지 안 하든지 간에 의지의 주체는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의지와 반하는 행위일지라도 그 근원에는 왜곡된 형태로나마 자신의 의지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구분
    주체적 동의
    비주체적 동의
    의지 상태
    자유롭고 능동적인 자유의지
    왜곡되고 수동적인 자유의지
    선택 방식
    자발적, 의식적, 독립적
    비자발적, 수동적, 습관적
    결과
    선(善)을 향한 선택 가능
    정욕에 필연적으로 예속됨



    3. 사도의 죄성에 대한 재해석 및 모순 해결

    '동의'의 이중적 의미를 적용하면, 문제의 구절은 모순 없이 해석될 수 있다. 어거스틴이 "사도들이 악한 정욕을 따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말했을 때, 이는 '주체적·의식적 동의'의 차원에 국한된 설명이다.

     

    • 해석 A' (주체적 차원): "사도들이 주체적인 의지로 악한 정욕을 따르지 않았다."
      • 사도들은 신심과 신앙을 통해 자신들의 자유의지를 선하게 사용하여, 의식적으로 죄에 동의하기를 거부했다. 이로써 그들은 성도들의 신앙적 모범이 된다.
    • 해석 B' (비주체적 차원): "(그러나) 사도들은 (여전히) 악한 정욕을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으로 따르고 있다."
      • 사도들 역시 타락한 육체를 지닌 인간이기에 원죄의 보편적 정향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의 의지는 비주체적인 차원에서 여전히 정욕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죄에 대한 정향성을 구분하여 성인과 일반인의 차이를 설명한다.

     

    • 일반인: 주체적 동의와 비주체적 동의 모두를 통해 죄를 짓는다.
    • 사도 (성인): 주체적으로는 욕정을 거부하지만, 비주체적으로는 여전히 욕정에 동의하는 원죄의 상태에 있다.

     

    4. 신학적 함의 및 결론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러한 논증은 두 가지 중요한 신학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1. 교회의 권위 유지: 당시 보편적이었던 사도에 대한 존경심을 수용하고, 사도들을 죄와 싸워 이기는 신앙의 모범으로 제시함으로써 교회의 윤리적, 도덕적 토대를 강화한다.
    2. 원죄 교리의 보편성 확립: 사도들조차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완벽에 이를 수 없다는 핵심 교리를 굳건히 한다. 이는 인간의 지적·도덕적 자율성으로 완벽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고전 윤리 전통 및 펠라기우스주의에 대한 강력한 제동 장치였다.

    최종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사도는 주체적이고 의식적으로 육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비주체적이고 비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육정인 원죄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따라서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의 두 서신을 반박하며』 I, xi, 24의 해당 구절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자기모순이 아니라, 그의 원죄론을 더욱 정교하고 심도 있게 설명하는 신학적 논증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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