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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위서 속 에덴 동산의 비밀 - 필로의 성서 고대사책&논문 소개 2025. 12. 31. 10:50

이번 포스팅은 리처드 보컴(Richard Bauckham)의 분석을 바탕으로 『(거짓된) 필로의 성서 고대사』(Biblical Antiquities of Pseudo-Philo)에 나타난 낙원 개념을 심층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참고로, 이번에 정리한 글은 리처드 보컴의 Paradise in the Biblical Antiquities of Pseudo-Philo이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일한 낙원의 개념: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단 하나의 낙원만을 상정한다. 이 낙원은 아담과 하와가 살았던 창세기의 에덴동산이며, 동시에 의인들이 부활 후 거주하게 될 종말론적 처소와 동일시된다.
- 불분명하지만 천상에 가까운 위치: 낙원의 정확한 위치는 명확하게 기술되지 않지만, 여러 구절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지상의 끝보다는 천상에 위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낙원의 호수에서 온 이슬"이나 모세가 본 천상의 비밀 중 하나로 "낙원의 길"이 언급되는 부분에서 암시된다.
- 신성한 사물과의 연결: 이스라엘의 신성한 사물들이 낙원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준다. 대제사장의 에봇에 사용된 보석들은 에덴 근처의 하윌라 땅에서 왔으며, 마라의 쓴 물을 달게 한 나무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본 생명나무에서 잘라온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구원 사건이 낙원적 기원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 '낙원의 길'의 이중적 의미: "낙원의 길"이라는 표현은 문자적으로 인간이 죄로 인해 잃어버린 낙원의 입구를 의미하는 동시에, 은유적으로는 의로운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율법을 지키는 삶이 낙원적 풍요를 회복하는 길임을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제2성전기 유대 문헌에서 에덴과 미래의 낙원을 동일시하고 그 위치를 천상으로 설정하는 관념이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를 제시한다.
『필로의 성서 고대사』 개관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제1차 유대-로마 전쟁과 제2차 전쟁 사이의 시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이다. 비록 "재기술된 성서(rewritten Bible)" 장르에 속하지만, 종말론을 다룰 때는 『에즈라 4서』나 『바룩 2서』와 같은 묵시 문학의 용어 및 사상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인다.
현존하는 라틴어 본문은 히브리어 원본이 그리스어로 번역된 후 다시 번역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텍스트에서 '낙원'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paradysus는 총 네 번(13.9; 19.10; 26.8; 32.8) 등장하며, 이는 그리스어 παράδεισος와 히브리어 פרדס를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에덴과 관련된 "하윌라 땅"(25.11)과 "생명나무"(11.15)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낙원의 개념과 특징
단일한 낙원: 에덴과 종말론적 거처의 동일시
『필로의 성서 고대사』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낙원이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단일한 실체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 과거의 에덴: 본문에서 언급되는 낙원은 명백히 창세기 2-3장에 묘사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기 전에 살았던 바로 그 장소이다(13.8). 인간은 죄로 인해 이 낙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잃었다(13.9).
- 미래의 처소: 동시에 이 낙원은 보존되어 있다가 마지막 때에 의인들이 부활한 후 거주하게 될 영원한 처소로 제시된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의 사후 부활하여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영원한 거처"에 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는데(19.12), 이 거처는 모세에게 보여준 "성소의 장소"(19.13)이자 "낙원의 길"이 있는 곳(19.10)으로 연결된다.
- 보존된 낙원: 이 장소는 "열매가 썩지 않는" 곳(『에즈라 4서』 8.52 참조)으로, 타락한 세상과 달리 부패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그곳에는 여전히 생명나무가 존재하여 부활한 의인들에게 불멸을 부여할 것이다.
이처럼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초기 에덴과 미래의 종말론적 낙원을 명확하게 동일시하며, 이는 인간의 타락으로 상실된 원초적 상태가 종말에 의인들을 통해 회복될 것임을 보여준다.
낙원의 위치: 지상인가 천상인가?
텍스트는 낙원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에 대해 일관된 설명을 제공하지 않지만, 여러 단서들을 종합하면 천상에 위치한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 천상 위치의 근거
- 낙원의 호수 (26.8a): 하나님은 아모리인의 우상숭배와 관련된 책들을 지우기 위해 구름에게 "낙원의 호수에서 이슬을 가져오라"고 명령하신다. 이슬이나 비의 근원을 천상에서 찾는 다른 문헌들(예: 『바룩 3서』 6장)과 비교할 때, 이 구절은 낙원이 천상에 존재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 모세의 환시 (19.10): 하나님은 느보산에서 모세에게 약속의 땅뿐만 아니라 여러 천상의 비밀들을 보여주신다. 이때 "구름이 물을 끌어올리는 곳"과 같은 천상의 장소들과 함께 "낙원의 길"(semitas paradysi)을 보여주신다. 이 환시의 여정이 천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낙원 역시 천상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 천사의 역할: 하윌라에서 온 보석들을 천사가 운반했다는 점(26.4)은 그 기원이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천상 세계임을 암시할 수 있다.
- 지상 위치 또는 모호성의 근거
- 하윌라 땅 (25.11): 보석의 기원으로 언급된 "하윌라 땅"은 창세기 2장 11-12절에 따라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온 강이 감싸는 지상의 장소이다.
- 시내산의 진동 (32.8a): 율법 수여 시 온 우주가 진동할 때, "낙원이 그 열매의 향기를 내뿜으며" 레바논의 백향목, 들의 짐승들과 함께 언급된다. 이는 낙원이 다른 지상의 요소들과 함께 흔들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이 목록에는 하늘과 심연도 포함되어 있어, 낙원이 '하늘의 숲'으로 묘사되었을 수도 있다.
분석: 보컴은 『필로의 성서 고대사』가 서로 다른 전승들을 일관성 없이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만약 텍스트 전체를 일관되게 해석하고자 한다면 낙원을 천상에 위치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는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었을 때, 낙원이 보존을 위해 지상에서 천상으로 옮겨졌다는 사상(『바룩 2서』 4.2-3 참조)과도 부합한다.
낙원과 신성한 사물들의 연결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신성한 물건들이 낙원에서 기원했음을 강조한다.
하윌라 땅의 보석 (25.11; 26.4a; 26.12-13)
- 기원: 아모리인의 우상을 장식했던 7개의 보석과, 하나님이 그 대가로 그나스(Kenaz)에게 주신 12개의 보석은 모두 "하윌라 땅"에서 왔다. 이곳은 창세기에 따르면 에덴동산과 인접한 지역이다.
- 초자연적 특성: 이 보석들은 초자연적 힘을 지녔으며, 특히 12개의 보석은 모세가 광야에서 만든 대제사장의 흉패에 달린 12개의 보석과 짝을 이룬다. 이는 성소의 신성한 물건들이 낙원적 기원을 가졌다는 전승(타르굼 Pseudo-Jonathan 출애굽기 28:17 참조)과 연결된다.
- 종말론적 역할: 하나님은 솔로몬 성전이 파괴될 때 이 보석들을 원래 있던 곳(하윌라, 즉 낙원)으로 되돌려 마지막 때까지 보관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오면, 하나님은 그곳에서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아니한"(이사야 64:4 인용) 더 귀한 보석들을 가져오실 것이다. 이때 "의인들은 해의 빛이나 달의 밝음이 필요 없을 것이니, 이는 그 가장 귀한 보석들의 빛이 그들의 빛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26.13).
생명나무와 마라의 물 (11.15)
- 성서 재해석: 출애굽기 15장 25절에서 모세가 나무 한 조각을 마라의 쓴 물에 던져 달게 만드는 사건을 재해석한다.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이 사건을 모세가 시내산에 40일간 머무는 시점으로 옮긴다.
- 낙원적 기원: 모세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때 "생명나무"를 보게 되고, 그 나무에서 한 조각을 잘라 가져와 마라의 물을 달게 했다.
- 지속되는 기적: 생명나무 조각으로 달콤해진 이 물은 이후 40년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따라다니는 기적의 샘이 된다. 이는 생명나무가 지닌 생명력과 하나님의 은혜가 이스라엘의 여정에 지속적으로 함께했음을 상징한다.
"낙원의 길"의 이중적 의미
"낙원의 길"(vias paradysi 또는 semitas paradysi)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자적 의미: 낙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모세는 시내산(13.9)과 느보산(19.10)에서 두 번에 걸쳐 "낙원의 길"을 본다.
- 상실된 통로: 하나님은 이 길에 대해 "이것이 인간들이 내게 죄를 지었으므로 그 안에서 걷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린 길이다"(13.9)라고 설명하신다. 이는 창세기 3장 24절에서 그룹들과 불 칼이 "생명 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된 사건을 상기시킨다. 즉, '낙원의 길'은 죄로 인해 인류에게 닫혀버린 낙원의 입구나 통로를 의미한다.
- 계시의 대상: 이 길은 일반 인간에게는 금지되었지만, 모세와 같은 특별한 인물에게는 계시를 통해 보여진다. 이는 낙원이 여전히 실재하며,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비밀의 장소임을 강조한다.
은유적 의미: 의로운 삶의 방식
텍스트는 "낙원의 길"을 물리적 장소에서 점차 은유적 개념으로 전환시킨다.
- '길'의 비유: "인간들이... 그 안에서 걷지 않음으로써 잃어버린 길"이라는 표현은 '길'을 단순히 지리적 통로가 아닌, 따라야 할 '삶의 방식' 또는 '행동 규범'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
- 율법과의 연결: 이어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일 그들이 내 길(in viis meis)로 걸으면, 나는 그들을 버리지 않고..."(13.10) 땅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여기서 '하나님의 길'은 율법과 계명을 지키는 삶을 의미하며, 이는 잃어버린 '낙원의 길'을 회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 회복의 가능성: 이는 율법 준수, 특히 성전 제의를 통해 아담의 저주가 부분적으로 해소되고, 땅이 낙원과 같은 풍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신학적 사상을 담고 있다.
결론
리처드 보컴의 분석에 따르면, 『필로의 성서 고대사』는 제2성전기 유대교 내에서 낙원에 대한 복합적이고 발전된 신학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 문헌은 독자들이 이미 낙원에 대한 특정 관념을 공유하고 있음을 전제하며, 다음과 같은 핵심 사항을 분명히 한다.
- 하나의 낙원: 창세기의 에덴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존되어 있으며, 마지막 때에 의인들이 돌아갈 영원한 처소이다.
- 천상적 위치: 여러 텍스트 단서들을 종합할 때, 낙원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천상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 구속사와의 연결: 이스라엘의 성물과 구원 사건들은 낙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신적인 기원과 종말론적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 윤리적 차원: '낙원의 길'은 단순히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율법을 따르는 의로운 삶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낙원적 축복을 현재의 삶에서 부분적으로 경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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