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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더 개념을 반대하는 건 불가능할까? -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는 것
    젠더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논문들 2024. 9. 30. 14:37

    Intro

    성(sex)과 젠더(gender)에 대한 구분은 당연하며,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을 못하는 비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아니, 왜 우물에서 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뭐, 젠더와 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멍청하다거나 비상식적이라고 보는 것은 지성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누구나 자기와 다른 생각을 맞닥드렸을 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른 생각의 존재를 무분별하게 비지성적이라고 내려치는 것은 지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사실상 그런 생각은 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다. 그냥 모두가 하나의 생각에 복종해야 하는 독재자의 나라로 떠나야 한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허용하지 못하는 독재자에게 당해봐야 정신차린다는 소리다.)

     

     

     

    티키타카가 되지 않는 대화 -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내 생각을 상식이라고 전제할 때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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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번에는 논문 “The Anti-Gender Movement in Europe and the Educational Process in Public Schools”(저자: Roman Kuhar, Aleš Zobec)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사람은 반(反) 젠더 운동이 유럽의 공교육과 교육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반 젠더 운동에 대해 반대하는데, 내가 왜 이 사람의 글을 가져왔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보통 나는 반대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객관성을 즐긴다. 예를 들어서, 정치가A가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를 비판하는 정치가B가 있다고 해보자. 정치가A가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것을 들을 때, 그를 반대하는 정치가B의 판단을 들어보면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는 거다. 심지어 정치가B가 인정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의 링크에 나오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물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객관성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보통 나는 반대편의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걸러 듣는다. 그 사람의 지성과 객관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젠더 개념에 대해 반대하는 반 젠더 운동에 대해 살펴보자. 반 젠더 운동을 반대하는 사람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반 젠더 운동이 존재한다는 점은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반 젠더 운동을 반대하는 사람의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논문 요약

     

    1. 반 젠더 운동의 기원과 의미

     

    반 젠더 운동은 1990년대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 운동의 중심 개념인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과 성별에 대한 자연적인 이해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교황청은 젠더 이데올로기를 자연적인 가족 구조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로 간주했으며, 젠더 이데올로기가 동성애, 낙태, 성적 다양성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젠더 이데올로기는 전통적인 가치와 가족 구조를 지키려는 보수적 종교 및 정치 집단의 핵심 이슈가 되었으며, 젠더 평등성적 권리를 진전시키려는 국제적 움직임에 저항하는 기제로 사용되었다.

     

    2. 반 젠더 운동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공격

     

    이 운동은 특히 공교육에 대한 공격으로 전환되었다. 학교는 젠더 평등, 성교육, LGBTQ+ 권리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장으로 간주되어, 반 젠더 운동가들은 이를 어린이들의 성적 유혹세뇌로 묘사하며 반대 운동을 벌였다.

     

    논문에 따르면,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젠더와 성평등 교육은 가정종교의 전통적 역할을 침해한다고 여겨졌으며, 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해 더욱 강하게 반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3. 반 젠더 운동의 구체적 활동:

     

    반 젠더 운동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성교육에 대한 항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젠더 정체성, 성적 지향성, 성평등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성교육이 아이들의 성적 조기화를 촉진하고, 동성애나 성별 불일치와 같은 주제를 정상화한다고 주장한다.

    교과서 검열: 젠더 이데올로기를 반대하는 이들은 학교 교과서에서 젠더 평등, 성적 다양성,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검열하려 한다. 이들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를 찾아내고 보고하며, 아이들이 그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막고자 한다.

    학교 등교 거부 운동: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부모들이 “젠더 이데올로기”가 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되었다고 생각하여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는 조직적인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운동은 주로 종교 단체와 연계되어 이루어진다.

     

    여기서 잠깐 사족으로, 반 젠더 운동이 과연 비합리적일까 생각해보자. 실제로 어린이가 읽어야 하는 교과서가 포르노그라피에 가깝다는 경악에 찬 목소리를 우리는 볼 수 있다.

     

     

     

     

    4. 법적 대응과 부모의 권리

     

    논문에서는 유럽 인권 재판소에서 다루어진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부모들이 성교육 및 젠더 평등 교육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사건들을 설명한다. 하지만 재판소는 학교가 객관적이고 비편파적인 방식으로 논쟁적인 주제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판결했으며, 이는 공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되었다.

     

    재판소는 부모가 학교 밖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녀를 교육할 권리를 인정했으나,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공립학교가 다양성과 인권에 기반한 교육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 결정이었다.

     

    5. 사회적 영향과 반 젠더 운동의 정치적 연계

     

    반 젠더 운동은 단순히 교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포퓰리즘, 국가주의, 보수주의와 깊이 연계되어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운동의 주요 목표는 성평등LGBTQ+ 권리를 반대하는 것이며, 이를 음모론적 성격을 띤 것으로 묘사한다. 즉, 이들은 젠더 평등 운동을 사회적 파괴전통적 가족의 붕괴를 초래하는 것으로 묘사하며 공포를 조장한다.

     

    6. 반 젠더 운동의 비판

     

    이 운동은 주로 허위 정보도덕적 공황을 통해 대중을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은 젠더와 성평등 문제를 단순화하고, 종교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며, 젠더와 성에 관한 학문적 논의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있다.

     

    특히, 젠더학(gender studies)과 같은 학문적 연구에 대한 공격이 주요 목표 중 하나인데, 이들은 그러한 학문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성적 타락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젠더 평등과 다양성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결론

     

    논문은 공교육이 인권다양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젠더, 성평등, 성적 다양성에 대한 교육은 아이들이 다원주의 사회에서 관용과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반 젠더 운동은 이러한 교육을 위협하며, 사회적 혼란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공교육은 객관적이고 비편파적이어야 하며, 다양한 젠더와 성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하며

     

    개인적으로 이 논문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반 젠더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을 음모론으로 내려치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들의 의견이 실제로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이 없다. 예를 들어서,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들 속에 나타나 있는 어른들 보기에도 민망한 책들 같은 명료한 자료들을 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학교 교육이 자녀들을 동성애자로 만든다는 부모들의 걱정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학교 교육의 변화로 인해 아이들이 동성애자로 바뀐 통계 같은 걸 들이밀며, "변화가 없지 않냐"라며 음모론이라 주장했다면 모르겠다.

     

    아무래도 친 동성애 진영의 글이기 때문에 반 젠더 운동에 대해 편파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최소한,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진영이 존재하고, 그 운동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뭐, 그렇지 않았다면 반 젠더 운동에 대해 다루는 논문도 없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반 젠더 운동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 조직적인 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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