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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드로전서 저자 논쟁: 바트 어만(Bart Ehrman)의 주장에 대한 반론 분석
    책&논문 소개 2025. 12. 17. 01:02

    베드로전서를 어부 베드로가 쓴 게 맞을까?

    좀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https://christianprince.tistory.com/172

    www.youtube.com


    이번 포스팅은 이상환 교수의 논문, An Illiterate Fisherman and Impressive Letter: A Dialogue with Bart D. Ehrman을 정리한 것이다.
     
    이 논문은 베드로전서(1 Peter)의 저자권 문제를 둘러싼 학술적 논쟁을 심층 분석하며, 특히 바트 어만(Bart Ehrman)이 제시한 '대필자 가설(Amanuensis Hypothesis)'에 대한 반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논쟁의 핵심은 베드로전서에 나타나는 세련되고 우아한 그리스어 문체가 아람어를 사용하는 갈릴리의 교육 수준이 낮은 어부였던 베드로의 저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로 인해 많은 학자들은 베드로의 이름을 빌린 위작이라는 '위작설(Pseudonymous Author Hypothesis)'을 지지한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베드로가 자신보다 그리스어 능력이 뛰어난 대필자(amanuensis)를 고용하여 서신을 작성했다는 '대필자 가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어만은 이 가설이 (1) 부유한 엘리트에게만 국한된 예외적 관행이었고, (2) 베드로전서의 길이와 복잡성은 일반 서신과 다르며, (3) 대필자의 개입은 사실상 저자권의 이전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기각한다.
     
    이에 대해 이상환 교수는 어만의 세 가지 반론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서신 작성 관행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되었으며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당시 대필자 고용은 사회 모든 계층에서 이루어진 보편적 관행이었으며, 저자는 대필자의 도움을 받아도 최종 내용에 대한 검토와 자필 추신(autographic subscription)을 통해 저자로서의 권위와 책임을 유지했다. 따라서 대필자 가설은 베드로전서의 뛰어난 문체를 설명하는 역사적으로 타당한 가능성으로 여전히 유효하며, 어만의 주장은 역사적 개연성보다 절대적 확실성을 요구하는 지나치게 회의적인 접근법에 기반하고 있음을 결론짓는다.


    1. 서론: 베드로전서 저자권의 핵심 딜레마

    베드로전서의 저자권에 대한 가장 중대한 학문적 이의는 서신에 사용된 우아한 그리스어에서 비롯된다. 이는 저자가 상당한 수준의 문학적 훈련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여러 학자들은 베드로전서의 문체가 신약성서 내에서 히브리서, 사도행전과 함께 가장 높은 문학적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세련된 문체의 증거 (P.J. Achtemeier의 분석)

    • 유의어의 반복적 사용 (1:8, 10; 2:25; 3:4)
    • 빈번한 비교법 활용 (1:7, 13; 2:2, 16, 25; 3:4-5; 5:8)
    •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단어 및 운율 구조의 사용 (1:4, 19; 3:18)
    • 문단 구성을 위한 아나포라(anaphora, 반복법) 사용 (2:13–3:1)
    • 대조적 병행법(antithetic parallelism)과 종합적 병행법(synthetic parallelism)의 구사
    • 고급 문법 구조('εἰ + optative')의 사용 (3:14, 17)

    이러한 특징은 저자가 고도의 문장 구성 능력을 갖춘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도 베드로는 가말리엘 문하생이었던 바울에 비해 교육 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하층 계급의 무식한 어부'로 알려져 있다. 이 명백한 불일치로 인해, 대다수의 베드로전서 연구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서신이 베드로의 이름을 도용한 위작이라는 위작설(Pseudonymous Author Hypothesis)이 정설(communis opinio)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 반론으로 대필자 가설(Amanuensis Hypothesis)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은 베드로가 자신보다 그리스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대필자를 고용하여 서신의 초안 작성을 맡겼으며, 베드로는 내용의 최종 승인과 인증을 책임졌다고 설명한다. 즉, 이 가설은 서신을 직접 쓰는 능력과 서신 작성 환경에 참여하는 것을 구분해야 함을 지적한다.


    2. 대필자 가설의 역사적 근거: 그리스-로마 시대의 서신 작성 관행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이집트에서 발견된 수많은 파피루스 서신들은 당시 서신 작성 문화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이 발견을 통해 대필자(amanuensis)의 활용이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보편적인 관행이었음이 밝혀졌다.
     

    대필자의 역할과 기능

    고대 대필자는 저자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1. 전사(Transcriber): 저자가 구술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 역할.
    2. 작곡가(Composer): 저자로부터 주제와 목적만 전달받아 서신의 모든 측면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작성하는 역할. 이는 드문 경우였다.
    3. 기여자(Contributor):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저자가 구두나 글로 제공한 초안을 바탕으로 어휘, 구문, 문체 등을 적절한 서신 형식에 맞게 개선하고 다듬는 역할.
     
    대필자는 저자의 생각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초안을 편집하고 문장을 세련되게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최종 결과물은 저자의 실제 언어 능력보다 대필자의 능력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되었다.
     

    서신 작성 및 인증 절차

    1. 초안 작성 및 편집: 저자는 대필자에게 서신의 초안을 제공했다. 대필자는 이를 필기용 판(wax tablet)에 옮겨 적고 문법과 형식에 맞게 수정했다. 저자는 완성된 초안을 검토하고 만족할 때까지 수정을 요청할 수 있었다.
    2. 최종 책임과 인증: 일단 서신이 발송되면 그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자에게 있었다. 따라서 저자는 대필자가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3. 자필 추신(Autographic Subscription): 위조를 방지하고 서신의 진위성을 보증하기 위해, 저자는 서신 말미에 자신의 필체로 작별 인사나 짧은 메모 같은 자필 추신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대필자의 필체와 뚜렷이 구분되어 저자의 개인 서명 역할을 했다. 글을 전혀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대필자가 필기용 판에 써준 짧은 문구를 베껴 쓰는 방식으로 이 절차를 수행할 수 있었다.
     

    3. 바트 어만의 반론과 그에 대한 재반박

    바트 어만은 대필자 가설을 기각하기 위해 세 가지 주요 논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고대 서신 작성 관행에 대한 폭넓은 증거들을 간과한 주장이다.
     

    반론 1: 예외적 관행 (Exceptional Practice)

    • 어만의 주장: 고도로 훈련된 대필자를 고용하는 것은 "엄청나게 부유하고 고등 교육을 받은 상류층 엘리트"에게만 가능한 예외적인 일이었으며, 베드로와 같은 아람어를 사용하는 무식한 농민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 재반박:
      •   1. 사회 계층의 보편성: 대필자 고용은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군인, 직조공, 농부 등 하층 계급이 작성한 잘 쓰인 서신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텐트 제작자였던 바울 역시 대필자를 활용했다.
      •   2. 문맹자를 위한 서비스: 서신 말미에 문맹인 작성자를 위해 대필자가 서신을 작성했음을 명시하는 '문맹 공식(illiteracy formula)'의 존재는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대필자 서비스를 널리 이용했음을 증명한다.
      •   3. 비용의 다양성: 대필자 서비스는 기술 수준에 따라 비용이 다양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가격 칙령(Edictum Diocletiani)은 필체의 질에 따라 세 종류의 다른 가격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베드로는 최고 수준의 비싼 대필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4. 베드로전서의 그리스어 수준: 베드로전서의 그리스어는 신약 내에서는 뛰어나지만, 요세푸스와 같은 당대 작가들의 문헌과 비교하면 그 수준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   5. 공동체 내 자원 활용: 베드로는 마가나 실루아노와 같은 그리스어에 능통한 기독교 형제를 대필자로 활용했거나, 공동체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반론 2: 부적절한 병치 (Inappropriate Juxtaposition)

    • 어만의 주장: 베드로전서는 1,684개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균 100단어 미만인 일반적인 고대 서신보다 훨씬 길고 복잡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대필 관행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재반박:
      • 어만을 포함한 대다수 학자들이 바울의 저작으로 인정하는 로마서는 베드로전서보다 훨씬 길고 신학적으로도 복잡하다.
      • 바울이 로마서 작성 시 대필자 더디오(Tertius)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신의 길이와 복잡성은 저자권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반론 3: 저자권의 이전 (Shift in Authorship)

    • 어만의 주장: 대필자가 서신 작성에 깊이 관여했다면, 실질적인 저자는 대필자이지 베드로가 아니다. 이는 저자권의 이전을 의미한다.
    • 재반박:
      •   1. 저자의 최종 권위: 고대 관행에서 저자는 대필자가 작성한 초안을 철저히 검토하고 최종 승인함으로써 내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졌다. 저자권은 표현(wording)이 아닌 내용(content)에 근거했다.
      •   2. 요세푸스의 사례: 역사가 요세푸스는 자신의 저서 《유대 전쟁사》를 집필할 때 그리스어에 능통한 조력자들(synergoi)의 도움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책은 그가 도움 없이 쓴 후기작 《유대 고대사》보다 훨씬 세련된 그리스어로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 전쟁사》의 저자가 요세푸스라는 점은 의심받지 않는다. 이는 대필자의 기여가 저자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   3. 인증 장치로서의 자필 추신: 베드로전서 5장 12-14절은 자필 추신일 가능성이 높다. 베드로가 이 부분, 혹은 최소한 여섯 단어의 마지막 작별 인사("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 모든 이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만이라도 직접 썼다면, 이는 서신 전체의 내용을 자신이 확인하고 책임진다는 인증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파피루스 P.Oxy. 12.1491에는 대필자가 쓴 작별 인사를 문맹인 저자가 바로 아래에 똑같이 베껴 쓴 사례가 발견되는데, 이는 문맹자도 이러한 인증 절차를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   4. 대필자의 익명성: 로마서 16장 22절처럼 대필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대부분의 서신에서 대필자는 익명으로 남았기 때문에, 베드로전서에 대필자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관행이다.

    4. 결론

    상환 리의 분석에 따르면, 바트 어만이 베드로전서의 대필자 가설을 반박하며 제시한 세 가지 논거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서신 작성 관행에 대한 증거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 대필자 고용은 예외적 관행이 아닌 보편적 관행이었다.
    • 서신의 길이와 복잡성은 저자권 진위의 결정적 기준이 아니었다.
    • 대필자의 기여는 저자권의 이전을 의미하지 않았으며, 저자는 최종 검토와 인증을 통해 권위를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베드로가 대필자를 고용하여 베드로전서를 작성했다는 가설은 '간절한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이 아니라, '무식한 어부'와 '세련된 서신'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역사적으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이다. 어만의 주장은 역사적 문헌에 대해 도달 불가능한 수준의 절대적 확실성을 요구함으로써, 개연성에 근거한 합리적인 역사적 재구성을 방해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베드로전서의 저자권 논쟁에서 대필자 가설이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한 설명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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