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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이 말하는 칭의에 대하여책&논문 소개 2026. 1. 7. 15:24

이번 포스팅에서는 T.H.L. Parker의 “Calvin’s Doctrine of Justification,” The Evangelical Quarterly 24.2 (April 1952): 101-107를 정리한 것이다. T.H.L. Parker는 존 칼빈(John Calvin)의 칭의(Justification) 교리를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분석한다. 칼빈에게 칭의란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이시고 의인으로 여기시는 수납 행위"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칭의는 중생(regeneration) 또는 성화(sanctification)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인간은 중생했기 때문에 의롭다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죄인인 상태에서 하나님의 선언을 통해 의롭다 여겨진다. 이 선언의 근거는 인간의 내재적 의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순종과 의이다.
칭의는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하다. 여기서 믿음은 공로를 쌓는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의를 받아들이는 '빈 그릇'과 같은 도구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율법의 의식적 행위는 물론 도덕적 행위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칭의의 근거에서 절대적으로 배제된다.
이 교리의 핵심은 기독론에 있다. 그리스도는 인류의 대표자로서 그의 인성을 통해 완전한 순종을 이루셨으며, 이 의가 믿음을 통해 신자에게 전가(imputation)된다. 결과적으로 신자는 '동시에 의인이자 죄인(simul justus et peccator)'이라는 종말론적 긴장 속에 놓인다. 즉, 하나님 앞에서는 그리스도로 인해 의롭지만, 시간 속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죄인으로 살아간다. 이 칭의는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영원한 작정에 근거하기에 흔들리지 않는 구원의 확실성을 제공한다.
1. 칭의의 정의 및 핵심 개념
칼빈은 그의 저서 『기독교 강요』(Institutio, Lib. III, cap. xi)에서 칭의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신학적 개념을 넘어 구원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는 토대이다.
- 정의: "칭의란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이시고 의인으로 여기시는 수납 행위이며,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 이루어진다."
- 핵심 용어 설명:
-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는 것: 신적 심판에서 의롭다고 여겨지고, 그 의로움 때문에 하나님께 받아들여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죄인은 그 자체로 결코 하나님께 받아들여질 수 없다.
- 행위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 인간이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한 의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 죄 없는 상태로 서는 것을 의미한다. 칼빈은 모든 인간이 죄인이므로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 행위를 통한 의의 가능성에서 배제된 죄인이,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의를 붙잡고 그 의에 힘입어 하나님 앞에 죄인이 아닌 의인으로 서는 것을 말한다.
2. 칭의와 중생의 관계: 오시안더(Osiander)에 대한 반박
칼빈은 자신의 칭의론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동시대 신학자 안드레아스 오시안더(Andreas Osiander)의 주장을 상세히 반박한다. 이 논쟁을 통해 칭의와 중생의 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구분 오시안더의 주장 칼빈의 반박 칭의의 본질 신적 본질이 인간에게 "주입(transfusion)"되어 그리스도의 본질과 섞이는 것. 칭의는 본질의 주입이 아니라 하나님의 법정적 선언이다. 의는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전가(imputation)"된다. 칭의의 구성 용서 + 중생. 인간은 하나님의 본질을 받아 중생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의롭게 된다. 오직 용서로만. 칭의는 중생에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불의하고 중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롭다는 선언을 받는다. 관계 칭의와 중생을 혼동함. "의롭다 함을 얻는 것과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칭의와 중생은 그리스도와의 연합(insitio in Christo)으로 연결되지만,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기독론적 근거 그리스도의 신성(divinity)이 우리 의의 근거이다. 그리스도께서 "종의 형체를 취하셨을 때", 즉 그의 인성(humanity)을 통해 순종하심으로써 우리의 의를 이루셨다. 그리스도의 내주 그리스도가 본질적으로 신자 안에 거하신다. 그리스도는 믿음을 통해 우리 마음에 거하신다. 이는 간접적인 연합을 의미한다.
3. 믿음과 행위
'오직 믿음으로'라는 원칙은 종교개혁의 핵심이며, 칼빈은 믿음의 역할과 행위의 배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
- 믿음의 정의와 역할:
- 정의: "그리스도 안에서 값없이 주시는 약속의 진리에 근거하여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자비로운 뜻을 아는 확고하고 확실한 지식."
- 역할: 믿음 그 자체가 공로가 되어 의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그리스도라는 보화를 받는 "빈 그릇(empty vessel)"과 같이, 칭의의 도구적 원인(instrumental cause)이다. 우리를 의롭게 하는 주체는 믿음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인 그리스도이다.
- '행위'에 대한 오해 비판:
- 로마 가톨릭("소피스트") 비판: 그들은 중생 이전의 행위는 칭의에 기여할 수 없지만, 중생 이후의 선행은 믿음을 보완하여 칭의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칼빈은 사도 바울이 배격한 '행위'란 시점과 상관없이 인간의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고 반박하며, "성화와 의는 그리스도의 분리된 축복"임을 강조했다.
- 스콜라 철학자 비판: 그들은 '은혜'를 인간이 선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힘으로 이해했다. 칼빈은 '은혜'란 우리가 죄인이며 어떠한 의도 없을 때, 값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자비 그 자체라고 정의했다.
- '오직 믿음으로'의 절대성: '오직(only)'이라는 단어는 율법의 의식적 행위뿐만 아니라 도덕적 행위까지 포함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칭의의 근거에서 절대적으로 배제한다.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만이 구원하는 믿음이지만, 우리를 의롭게 하는 것은 그 믿음이 낳는 사랑이 아니라 믿음 자체이다.
4. 이중 칭의와 죄의 용서
칼빈은 신자 개인의 칭의뿐만 아니라, 신자의 '행위'가 어떻게 하나님께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 신자의 행위에 대한 칭의 (이중 칭의):
- 문제: 칼빈은 "신자들이 부르심을 받은 후에 행한 행위조차도 하나님께 받아들여진다"고 가르쳤다. 이는 마치 하나님께서 이중 잣대를 적용하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해결: 신자 역시 본질적으로 죄인이며 그의 행위는 죄로 오염되어 있다. 하나님은 그 행위 자체의 완전함 때문에 받으시는 것이 아니다. 신자를 받으시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즉 용서와 전가를 통해 그의 행위를 받으신다. 행위에 속한 죄악은 그리스도의 순결함 속에 묻혀 간과된다. 따라서 "우리의 인격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까지도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
- 용서와 전가의 의미:
- 용서: 하나님의 진노는 모든 죄인 위에 머문다. 용서는 인간 본성의 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무런 대가 없이 죄를 사하시는 행위를 통해 그 진노를 거두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죄는 제거되고, 인간은 죄 없는 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인간이 자기 자신 안에서는 여전히 죄인임을 전제한다.
- 전가: 그리스도는 인류의 대표자로서 이 땅에서 하나님께 완전한 순종을 바치셨다. 믿음을 통해 신자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될 때, 그리스도의 것이 우리의 것이 되고 우리의 것이 그의 것이 되는 교환(communicatio idiomatum)이 일어난다. 즉,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과 의가 우리의 것으로 계산(reckoned)되거나 전가(imputed)된다.
5. 칼빈 칭의론의 신학적 함의
칼빈의 칭의 교리는 단순히 죄인이 어떻게 구원받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기독교 신학 전반에 깊은 함의를 지닌다.
-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 칭의는 인간의 노력이나 상태에 의존하지 않는 전적인 하나님의 행위이다. 이는 하나님의 영원한 선택 작정에 근거하므로, 인간의 감정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구원의 확실성과 영속성을 보장한다.
- 기독론 중심성: 칭의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칭의가 죄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하나님의 자의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의 순종과 희생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확고하게 기초한다.
- 종말론적 긴장 ('동시에 의인이자 죄인'):
- 신자는 시간과 영원, 소유와 소망 사이의 긴장 속에 존재한다. 하나님 보시기에는(영원 속에서) 이미 의인이지만, 자신의 현실에서는(시간 속에서) 여전히 죄인이다.
- 우리의 완전한 의는 현재 감추어져 있는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그가 마지막 날에 나타나실 때 비로소 우리 안에서 온전히 실현될 것이다.
- 현재 우리는 이 의를 말씀과 성례 안에서 간접적으로, 믿음으로만 소유한다. 보이는 것으로는 죄인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으로는 의인이다. 이 긴장이 성화의 삶과 종말론적 소망을 향한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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