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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기독교 사회주의신학 이야기 2024. 8. 31. 11:43
Intro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당대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디킨스는 1834년의 새로운 구빈법(New Poor Law)에 따라 운영되던 작업장 제도(Workhouse system)를 강력히 비판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장 제도는 당시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인 대응책이었으나, 그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운영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디킨스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드러난 사회적 모순을 자신의 소설에 담아내어, 대중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고 사회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작업장 제도의 탄생과 역사적 배경
작업장 제도는 1834년에 제정된 새로운 구빈법의 산물입니다. 이 법은 1601년에 제정된 엘리자베스 구빈법을 대체하며, 빈곤 구제를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당시 영국 사회는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고,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와 빈곤층의 증가로 인해 전통적인 구빈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구빈법을 도입하여, 빈곤층이 더 이상 현금이나 물품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대신 작업장에서 노동을 제공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각 지역에는 작업장이 세워졌으며, 이는 빈곤층에게 ‘최후의 구제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작업장에 입소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았으며, 가족들은 강제로 분리되었습니다. 또한, 작업장은 입소자들에게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빈곤의 상태에 계속 머물지 않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장 제도의 설계는 빈곤이 개인의 잘못이나 도덕적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는 당시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디킨스의 작업장 제도 비판
찰스 디킨스는 작업장 제도를 비판하는 데 있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크게 활용했습니다. 디킨스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빚을 갚지 못해 채무자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가족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디킨스 자신도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해야 했으며,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빈곤의 현실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안겨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디킨스는 성인이 되어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빈곤층의 고통을 알리고,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디킨스의 대표작 올리버 트위스트는 작업장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는 부모가 없는 고아로, 작업장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소설은 작업장 내에서의 참혹한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어린아이들이 겪는 학대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통해 당시 사회의 냉혹함을 고발합니다. 디킨스는 작업장을 단순한 빈곤 구제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빈곤층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잔혹한 시스템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작업장 제도가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층을 더욱 억압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작업장 식단
작업장 식단(Workhouse Diet)은 19세기 영국에서 빈민 구제 정책의 일환으로 운영된 작업장(workhouse)에서 제공되던 음식의 유형을 나타냅니다. 이 식단은 주로 기근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영양만을 제공하는 매우 제한적이고 빈약한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작업장의 식단은 빈곤층을 더 이상 국가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으며, 기본적으로 매우 매력적이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맛이 없어서 많이 먹지 못하도록.)
주요 식단 구성 요소:
• 죽(Porridge): 가장 기본적이고 흔하게 제공되는 음식으로, 주로 아침 식사로 제공되었습니다.
• 빵(Bread): 항상 버터 없이 제공되었으며, 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 삶은 고기(Boiled meat): 일주일에 세 번 제공되었으며, 육류는 귀한 자원이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배급되었습니다.
• 치즈(Cheese): 토요일에만 제공되는 특별 음식으로, 평일 식단에 비해 조금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 크리스마스 식사: 크리스마스에는 돼지고기와 플럼 푸딩이 제공되었는데, 이는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에 제공되는 특별 식사였습니다.
• 성금요일 식사: 성금요일에는 시나몬 번이 제공되었습니다.
• 차, 설탕, 맥주, 양고기: 이들은 의학적 처방이 있는 경우에만 약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력이 매우 약한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이 식단은 “기근 식단(starvation diet)“으로 불리며, 이는 빈민들이 작업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장 식단은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빈곤층이 작업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편 중 하나였습니다. 이로 인해 작업장에 머무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배고픔과 영양 결핍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이는 작업장의 가혹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에 등장하는 죽은 한국의 죽이 아니라 이런 죽이다. 엄청 맛이 없었다고 한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정치적 배경
새로운 구빈법의 등장
• 총리 찰스 그레이(Charles Grey)는 1834년의 새로운 구빈법(New Poor Law)을 후원했습니다.
• 이 법(새로운 구빈법)은 1601년 법령을 대체했으며, 1948년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의 영향으로 마침내 폐지되었습니다. (이 악법이 100년 이상이나 지속되었습니다.)
• 새로운 구빈법으로 인해 기존의 교구 빈민원(parish poorhouses)과 빈민 구제원(almshouses)은 폐지되었습니다.
• 누구에게도 현금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 누구에게도 현물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 유일한 선택지는 작업장에서의 고된 노동이었으며, 이는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위한 대가였습니다.
• 가정이 해체되고, 아이들은 부모와 분리되었습니다.
• 머리가 삭발되고, 제복을 착용해야 했습니다.
• ‘정신병자들’ 또한 작업장에서 수용되었습니다.
머리를 빡빡 깎은 아이들 새로운 구빈법에 대한 디킨스의 대응
• 디킨스는 새로운 구빈법(New Poor Law)을 비기독교적이라고 보았으며, 작업장(workhouses)이 아이들을 고의적으로 학대하는 장소라고 여겼습니다.
• 그의 아버지가 빚 때문에 투옥되었을 때(= 빈곤, 모든 책을 전당포에 맡김, 학교를 그만두고 일해야 했던 경험) 겪었던 자신의 경험은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F.D. 모리스(F.D. Maurice)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악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경험과 그리스도를 본받는 도덕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디킨스는 가짜 종교적 위선과 거짓말을 비웃는 능력으로 유명했습니다. (토마스 말서스 같은 사람을 위선자로 본 것입니다.)
• 감정과 감수성은 딱딱한 이론이나 날것의 사실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즉, 디킨스는 신문 기사를 통해 사실을 기술하는 것보다 소설을 통해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보았습니다.)
• 디킨스의 위대한 소설 대부분은 빈곤, 잔인함, 사회적 불의, 개인의 존엄성, 그리고 그에 대한 해독제로서의 기독교적 인간애를 다룹니다: 《올리버 트위스트》, 《니콜라스 니클비》, 《크리스마스 캐럴》, 《데이비드 코퍼필드》, 《블리크 하우스》, 《어려운 시절》, 《위대한 유산》…
• 이러한 작품들은 영어로 쓰인 가장 많이 읽히고 위대한 소설들 중 일부입니다. 디킨스가 살아 있을 때조차 수백만 부가 출판되었습니다.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성공적으로 영국 성공회 사회 신학이 대중에게 확산되었습니다.
작업장의 아이들 디킨스가 비판한 이론가들: 말서스와 벤담
찰스 디킨스는 작업장 제도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주요 경제 이론가들과 철학자들을 겨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토마스 말서스(Thomas Malthus)와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은 디킨스의 비판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토마스 말서스와 인구론
토마스 말서스는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인구 증가가 자원의 부족을 초래하여 빈곤과 고통을 야기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자연적인 조정 메커니즘으로 보았으며,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말서스는 특히 ‘잉여 인구’가 경제적,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주장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정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지만, 디킨스는 이를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논리로 여겼습니다. (쉽게 말해, 고난과 기근이 인구 수를 조절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인구 수 조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디킨스는 말서스의 이론이 빈곤층을 단순히 수치로 바라보는 비인간적인 관점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같은 작품에서 디킨스는 말서스의 이론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잔혹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말서스의 이론이 사회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인물들은 말서스의 잔인한 경제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작업장(workhouse)을 운영하는 인물들은 빈곤층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며, 그들을 잉여 인구로 취급합니다. 작품 속 인물인 Mr. Bumble은 작업장의 관리자이자 말서스적 사고를 상징하는 인물로, 가난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다루며 그들을 단지 경제적 부담으로만 여깁니다.
디킨스는 이러한 캐릭터들을 통해 말서스의 인구 이론이 사람들을 어떻게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를 비판했습니다. 디킨스는 빈곤층을 단지 ‘잉여 인구’로 보는 것은 잔인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겼으며, 그의 소설을 통해 말서스의 이론이 실제로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
올리버 트위스트와 토마스 말서스 제레미 벤담과 공리주의
제레미 벤담은 공리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그는 행동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벤담은 또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추구하고 노동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빈곤층에게 자선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에 해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벤담의 이러한 관점은 작업장 제도의 철학적 기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디킨스는 벤담의 이론을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는 벤담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지나치게 냉정하고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철학이 사회에서 실행될 경우 얼마나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경고했습니다. 디킨스는 인간의 감정과 도덕적 감각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소설들은 이러한 감정과 도덕적 감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불의에 대한 저항과 인간 존엄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기독교 사회주의와 디킨스의 사회적 메시지
찰스 디킨스의 사회적 비판은 기독교 사회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특히 프레더릭 모리스(Frederick Maurice)와 같은 기독교 사회주의자들의 사상이 디킨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모리스는 기독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사회 개혁을 주창했으며,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사랑과 인간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디킨스는 모리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그의 소설들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같은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변화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당시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디킨스의 작품이 단순한 문학을 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정리하며
찰스 디킨스는 그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영국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고, 기독교적 인간애와 도덕적 책임감을 강조하며 사회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디킨스의 작업장 제도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들은 사회적 정의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며,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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